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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가 30년 키운 와인가게를 제가 이어받았습니다
가게 문을 처음 열던 날, 저는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진열대에 놓인 와인 병들, 30년 된 나무 선반의 냄새.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뭔가 달랐습니다.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형부는 30년 전 이 가게를 시작했습니다. 지방 도시에서, 와인이 생소한 사람이 대부분이던 시절에. 그래도 초반엔 제법 잘 됐습니다. 지역에 와인을 제대로 파는 곳이 없었으니까요. 형부 가게가 이 도시 와인의 전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결혼기념일 선물을 사러 오는 남편들, 회사 접대용 와인을 고르러 오는 직장인들, 처음 와인을 마셔보고 싶다는 젊은 손님들. 형부는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게를 키워갔습니다. 그러다 대형마트가 생겼습니다. 동네에 대형마트가 생기던 날을 형부도 저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주차장이 넓고..
2026.04.06 -
유행 와인 말고 오래된 와인 —30년 전통 익산 와인 전문점
요즘 와인 시장에는 매달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합니다. 내추럴 와인, 오렌지 와인, SNS에서 화제가 된 라벨 예쁜 와인. 이런 흐름 속에서 30년 넘게 익산을 지켜온 가자주류는 한 가지를 고집해 왔습니다. 유행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와인입니다.우리 와인 가게는 형부가 일구신 가게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와인 트렌드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릅니다. 그 흐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흔들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좋은 와인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유행 와인과 정통 와인, 무엇이 다를까요유행 와인- 지금 이 순간 화제인 와인들입니다. SNS에서 자주 보이고 라벨이 예쁩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분들이 찾지만, 내년엔 다른 와인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정통 와인- 시..
2026.04.05 -
삼겹살에 어울리는 와인,진짜 있을까요?
우리나라 최애 국민음식 삼겹살 앞에서 소주를 내려놓고 와인을 꺼내는 일, 아직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고기 기름과 와인 탄닌이 만났을 때,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립니다. 사실 와인 문화권에서도 돼지고기와 와인의 페어링은 오래전부터 당연한 조합이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삼겹살을 먹는 방식(불판 위에서 직화로 굽고, 쌈 채소와 된장에 싸 먹는)이 독특하다 보니, 와인 선택에도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왜 삼겹살에는 어떤 와인이든 될 것 같은 걸까요삼겹살의 핵심은 지방입니다. 불판에 녹아내리는 기름, 씹을 때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육즙. 이 풍부한 지방감이 와인의 탄닌이나 산도와 만나면 서로를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레드 와인의 탄닌은 입안의 기름기를 씻어내고, 화이트 와인의 산도는 느끼함을 가볍게 만들..
2026.04.03 -
샤블리(Chablis), 왜 화이트와인의 대명사인가-AI 시대에도 불변의 자존심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화이트와인 하나 추천해 줘"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샤블리'라는 이름이 돌아온다.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서도, 홈파티 테이블에서도, 결혼기념일 디너에서도 샤블리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 작은 마을 이름 하나가 어떻게 화이트와인 전체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을까. 그리고 AI가 농업과 소비 트렌드까지 뒤흔드는 2026년 지금, 부르고뉴는 어떤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을까.샤블리가 '화이트와인의 교과서'로 불리는 진짜 이유 샤블리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최북단에 위치한 산지 명칭으로, 이곳에서는 샤르도네 품종으로 드라이 화이트와인만을 생산한다.(Collable*) 레드와인은 한 병도 만들지 않는다. 이 단호한 순수주의가 샤블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다.샤블리 AOC 와..
2026.04.03 -
회에는 사케? 소비뇽 블랑? 직접 마셔보고 내린 결론
횟집에서 술 메뉴판을 보다가, 혹은 회를 포장해 와 집에서 먹게 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사케 말고 와인이랑 먹으면 어떨까?" 저는 고민 없이 상황에 맞게 선택하게 됐고, 결국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 봤습니다. 자연스럽게 횟집에서는 사케와 마시게 됐고, 회를 포장해 왔을 때는 집에서 소비뇽블랑에 마시게 됐습니다. 오늘은 그 솔직한 기록을 공유합니다.사케, 회와 수백 년을 함께한 이유사케와 회의 조합은 그냥 전통이 아닙니다. 맛의 구조 면에서 상당히 과학적인 궁합입니다. 사케는 기본적으로 쌀을 발효시킨 술이라 곡물 특유의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있습니다. 이 단맛이 생선의 감칠맛, 즉 글루타민산 계열의 맛과 만나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
2026.04.02 -
라면과 와인, 의외의 조합 - 직접먹어봤습니다
와인은 치즈나 스테이크랑 마시는 술이라는 편견, 한 번쯤 의심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냉장고를 열었더니 열려 있는 화이트 와인 한 병과 라면이 동시에 눈에 들어왔고, 그날 이후로 꽤 진지하게 라면-와인 페어링을 탐구하게 됐습니다. 직접 여러 조합을 먹어보며 느낀 솔직한 기록을 공유합니다. 라면과 와인 페어링, 왜 가능한 걸까?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은 단순히 "고급 음식에는 고급 와인"이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건강한 현대인에게는 가당치 않은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매일 살다 보면 건강한 음식만 먹기는 쉽지 않은 경우의 변수가 종종 찾아옵니다. 밥이 떨어졌을 때, 캠핑을 갔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가 있습니다. 와인과 음식 페어링의 핵심은 맛의 균형입..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