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유기농 와인 라벨을 보면 살짝 피했어요. 그리고 매장에 오시는 손님들도 유기농 와인은 맛이 없는 와인이란 생각을 갖고 이었죠. 근데 어느 날 블라인드로 마셔본 후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후로 손님에게 유기농와인을 설명하는 저의 목소리에는 힘이 생겼습니다.생각이 바뀐 사례㉮첫 번째 이야기그 편견, 어디서 온 걸까요? 유기농 와인이 처음 나오던 시절엔 진짜로 맛이 불안정했어요. 아황산염을 쓰지 않으니 보존이 어렵고, 병마다 맛이 달랐죠. 어떤 건 식초 냄새가 났고, 어떤 건 뿌옇게 흐렸어요. 그때의 기억이 지금까지 '유기농 = 맛없음'이라는 공식으로 남아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10~15년 전 얘기예요. 지금은 기술도 달라졌고, 생산자들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두 번째 이야기블라인드 ..
요즘 와인 소비의 방향은 유기농와인, 내추럴와인입니다. 내 몸과 지구를 생각하는 트렌드의 반영이죠. 예쁜 라벨에 이끌려 한 병 집어 들었다가도, "어라? 와인은 원래 포도로만 만드는 거니까 당연히 다 자연적인 거 아니야?"라는 생각, 한 번쯤 해보시지 않았나요? 사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포도를 으깨서 발효시키는 게 와인인데 굳이 앞에 그런 거창한 수식어가 왜 붙을까 하고요. 그런데 이 와인의 세계를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흔히 마시는 평범한 와인 한 병이 완성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인간의 개입과 화학적인 도움이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됩니다. 벌레를 쫓기 위해 농약을 치고, 잡초를 없애려 제초제를 뿌리며,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배양된 효모를 넣죠. 게다가 와인이 ..
요즘 와인 시장에는 매달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합니다. 내추럴 와인, 오렌지 와인, SNS에서 화제가 된 라벨 예쁜 와인. 이런 흐름 속에서 30년 넘게 지켜온 가자주류는 한 가지를 고집해 왔습니다. 유행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 와인입니다.우리 와인 가게는 형부가 일구신 가게를 이어받아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와인 트렌드가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모릅니다. 그 흐름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흔들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좋은 와인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믿음입니다.유행 와인과 정통 와인, 무엇이 다를까요유행 와인- 지금 이 순간 화제인 와인들입니다. SNS에서 자주 보이고 라벨이 예쁩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분들이 찾지만, 내년엔 다른 와인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정통 와인- 시간이 증..
우리나라 최애 국민음식 삼겹살 앞에서 소주를 내려놓고 와인을 꺼내는 일, 아직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고기 기름과 와인 탄닌이 만났을 때,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립니다. 사실 와인 문화권에서도 돼지고기와 와인의 페어링은 오래전부터 당연한 조합이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삼겹살을 먹는 방식(불판 위에서 직화로 굽고, 쌈 채소와 된장에 싸 먹는)이 독특하다 보니, 와인 선택에도 조금 다른 기준이 필요합니다.왜 삼겹살에는 어떤 와인이든 될 것 같은 걸까요삼겹살의 핵심은 지방입니다. 불판에 녹아내리는 기름, 씹을 때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육즙. 이 풍부한 지방감이 와인의 탄닌이나 산도와 만나면 서로를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레드 와인의 탄닌은 입안의 기름기를 씻어내고, 화이트 와인의 산도는 느끼함을 가볍게 만들..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화이트와인 하나 추천해 줘"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샤블리'라는 이름이 돌아온다. 레스토랑 와인 리스트에서도, 홈파티 테이블에서도, 결혼기념일 디너에서도 샤블리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 작은 마을 이름 하나가 어떻게 화이트와인 전체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을까. 그리고 AI가 농업과 소비 트렌드까지 뒤흔드는 2026년 지금, 부르고뉴는 어떤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을까.샤블리가 '화이트와인의 교과서'로 불리는 진짜 이유 샤블리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최북단에 위치한 산지 명칭으로, 이곳에서는 샤르도네 품종으로 드라이 화이트와인만을 생산한다.(Collable*) 레드와인은 한 병도 만들지 않는다. 이 단호한 순수주의가 샤블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첫 번째 이유다.샤블리 AOC 와..
횟집에서 술 메뉴판을 보다가, 혹은 회를 포장해 와 집에서 먹게 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사케 말고 와인이랑 먹으면 어떨까?" 저는 고민 없이 상황에 맞게 선택하게 됐고, 결국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해 봤습니다. 자연스럽게 횟집에서는 사케와 마시게 됐고, 회를 포장해 왔을 때는 집에서 소비뇽블랑에 마시게 됐습니다. 오늘은 그 솔직한 기록을 공유합니다.사케, 회와 수백 년을 함께한 이유사케와 회의 조합은 그냥 전통이 아닙니다. 맛의 구조 면에서 상당히 과학적인 궁합입니다. 사케는 기본적으로 쌀을 발효시킨 술이라 곡물 특유의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있습니다. 이 단맛이 생선의 감칠맛, 즉 글루타민산 계열의 맛과 만나면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