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고를 때 라벨을 얼마나 오래 들여다보시나요?저는 솔직히 꽤 오래 봅니다. 때로는 내용물보다 라벨이 더 마음에 들어서 가게에 들인 적도 있거든요. 저희 집에 오시는 손님들 중에서도 설명을 다 듣고도 라벨이 맘에 드는 쪽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그러다 보니 "왜 프랑스 와인 라벨은 저렇게 고집스럽게 촌스럽고, 칠레 와인 라벨은 저렇게 화려한 걸까?" 궁금해졌습니다.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라벨은 병 속 철학이다와인 라벨을 단순히 '포장지'로 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습니다.라벨에는 생산자의 자존심, 소비자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 나라가 와인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라벨에서 "우리 것을 아는 사람만 마셔라"는 냉소를 풍기고, 어떤 나라는 "어서 와,..
레드와인 한 잔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말, 그냥 믿어도 될까요? 영양학적 근거부터 주의사항까지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저도 한때 "저녁에 레드와인 한 잔이면 살 빠진다"는 말에 혹해서 매일 마셔봤던 사람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와인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맞지만, "와인만 마시면 살 빠진다"는 건 틀렸습니다. 오늘은 과학적 근거와 현실적인 활용법을 함께 이야기해 볼게요.와인 다이어트가 주목받는 이유몇 년 전부터 "레드와인 한 잔이 러닝 1시간과 맞먹는다"는 연구가 퍼지면서 와인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와인을 마시는 게 운동과 같다고? 당연히 솔깃하죠.캐나다 앨버타대학교의 연구에서 레드와인에 든 폴리페놀 성분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이 근육의 성..
㉮어젯밤엔 분명 맥주도 소주도 아니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혹은 친구 집 소파에 앉아 유리잔을 기울이며 "오늘은 와인이니까 좀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은 울렁거리고, 햇빛이 마치 형광등 열 개를 동시에 켠 것처럼 눈을 찌른다.이게 바로 와인 숙취다. 그리고 와인 숙취는 생각보다 훨씬 독하다.와인 숙취, 왜 이렇게 심한 이유는 뭘까? 많은 사람들이 "와인은 좀 고급진 술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오히려 와인, 특히 레드 와인은 같은 양의 맥주나 소주보다 숙취를 훨씬 심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이유는 와인 속에 숨어 있다.타닌(Tannin)이라는 성분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포도 껍질, 씨, 줄기에서 나오는 이 성분..
와인 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이 와인이랑 뭐 먹으면 제일 맛있어요?" 안주 추천이야 워낙 다양하지만, 대화가 길어지는 주제는 단연 치즈다. 치즈는 종류가 워낙 많고, 잘 고르면 와인 한 병의 맛이 두 배가 되는데, 잘못 고르면 서로 발목을 잡는다. 오늘은 매장에서 직접 손님들에게 설명하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봤다. 왜 와인과 치즈는 같이 먹는 걸까?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와인과 치즈는 "같은 동네 음식"이다. 프랑스 와인 산지에 가면 그 지역 치즈가 있고,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함께 먹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최적의 조합이 걸러진 거라고 보면 된다. 과학적으로도 이유가 있다. 치즈의 지방과 단백질은 와인의 타닌(tannin)을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타닌..
오늘 첫 손님으로 오신 분이 샴페인을 찾았다. 돔페리뇽과 그것보다는 싼 가격의 페리에 주에는 무슨 차이가 있길래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런저런 설명을 들고서는 손님이 선물하기 좋은 가격의 페리에 주에를 선택했고 나는 최선의 포장으로 기분을 맞춰 주었다.그렇다. 우리가 샴페인을 살 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지?" 같은 샴페인인데 3~4 만원에서 30~40 만원이 훌쩍 넘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처음에는 "이거 그냥 분위기 값 아닌가?" 그래서 직접 몇 번 사보고, 마셔보고, 비교도 해본다. 그리고 가격차이가 아예 이유 없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다만, 그게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무조건 비쌀수록 좋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왜 샴페..
사실, 소싯 적에는 저도 와인잔을 들어 올려 빛깔을 보고 또, 와인잔을 돌려 향을 맡는 행동이 약간 어색하기도 하고 과한 제스추어 같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 졌습니다. 이제는 매장 손님들에게 혹은 지인들에게 꼭, 잔을 돌려 향을 맡아볼것을 권하고 있죠. 여러분,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가 잔을 빙빙 돌리는 걸 보면서 "저게 다 쇼인가?" 싶었던 분들, 사실 그 행동에 과학과 역사가 통째로 담겨 있습니다.코가 혀보다 먼저 안다 — 향의 분류와 스월링우리가 음식 맛을 느끼는 경험의 약 70~80%는 실제로 혀가 아니라 코에서 옵니다. 코를 막고 와인을 마셔보면 그냥 "시고 약간 달달한 액체"에 불과합니다. 후각이 빠지는 순간 와인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거죠. 인간의 후각 수용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