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사랑한 3인의 거장 (모엣샹동,샤또 라피트,폴 로저)

당신은 어느 순간에 와인이 생각나시나요? 우리는 소시민이어서 기쁘거나 슬프고 외로울 때 생각나지만, 나라의 역사 혹은 세계의 역사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위인들은 어느 순간에 와인을 곁에 두었을까요? 그리고 그들이 곁에 두고 사랑한 와인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사랑받는 와인으로 남아 있을까요?
와인은 때때로 한 사람의 취향을 넘어, 그 사람의 삶과 정신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토마스 제퍼슨, 윈스턴 처칠 — 이 세 사람은 전혀 다른 시대와 나라,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각자의 인생에서 와인을 중요한 동반자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모엣&샹동, 제퍼슨은 샤토 라피트, 처칠은 폴 로저를 특히 사랑했습니다. 오늘은 이들이 사랑했던 와인 브랜드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한 잔의 와인이 만들어낸 역사 속 순간들을 들여다봅니다.
나폴레옹과 모엣&샹동 – 황제가 사랑한 샴페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단지 유럽을 정복한 황제가 아니라, 샴페인 애호가로서의 취향을 대중문화에까지 전파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가 사랑한 브랜드는 바로 지금까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샴페인 브랜드 중 하나인 모엣&샹동(Moët & Chandon)입니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 그리고 승리 후에는 반드시 샴페인을 즐겼다고 전해집니다. 그중에서도 모엣&샹동을 특별히 애정했고, 전쟁 중에도 병참물자 중 하나로 샴페인을 따로 챙겼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샴페인은 승리를 축하하기에도, 패배를 위로하기에도 충분하다”라는 그의 명언은 오늘날까지도 샴페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말로 회자됩니다. 모엣&샹동은 이후 그를 기념하여 “임페리얼(Imperial)” 라인을 출시합니다. 이 제품명은 바로 나폴레옹의 황제 칭호에서 유래한 것이며, 현재까지도 모엣&샹동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황제가 사랑했던 브랜드라는 상징성 덕분에 이 샴페인은 권위, 축하, 고급스러움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제퍼슨과 샤토 라피트 – 미국 와인문화의 초석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자, 미국 와인문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는 유럽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던 시절, 와인에 깊이 빠지게 되었고 특히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샤토 라피트(Château Lafite)를 가장 즐겨 찾았습니다. 당시 그는 샤토 라피트 와인을 대량으로 미국으로 들여왔고, 그 와인을 자신의 저택 셀러에 저장해 놓고 특별한 날마다 꺼내 마셨습니다. 그는 친구들과의 서신에서도 “라피트는 진정한 품격을 가진 와인이다”라고 언급하며, 이 와인이 단순한 음료가 아닌 철학과 교양의 일부임을 강조했죠. 오늘날 샤토 라피트 로칠드(Château Lafite Rothschild)로 명칭이 이어진 이 와인은, 세계 5대 그랑 크뤼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히며, 희귀성과 품질 면에서 최상위에 속합니다. 제퍼슨이 남긴 와인 목록은 미국 역사학자들과 와인 전문가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사료로 활용되며, 실제로 그의 서명이 있는 라피트 와인 병이 고가에 경매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제퍼슨은 미국 내 와인 생산과 소비를 장려하며, 미국에서 유럽 와인을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한 첫 번째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가 사랑한 라피트는 단순히 좋은 와인이 아니라, 미국인의 와인 입문서였던 셈입니다. 현재 미국의 나파밸리 와인이 와인대회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초석이지 않을까요?
처칠과 폴 로저 – 전쟁 속에서 피어난 우아한 동행
윈스턴 처칠은 전쟁의 상징이자, 위트와 품격을 동시에 지닌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와인을 사랑한 애주가 중에서도 특히 샴페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인물입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 함께한 와인은 바로 폴 로저(Pol Roger) 샴페인이었습니다.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폴 로저 샴페인을 마셨고,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집중력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는 “나는 승리에도 샴페인을 마시고, 패배에도 마신다. 때로는 목이 말라서 마시고, 때로는 마시고 싶어서 마신다”라는 말을 남기며 샴페인을 일상의 일부로 만들었죠. 그가 폴 로저에 느낀 애정은 단순한 소비를 넘어섰습니다. 1965년 그가 세상을 떠난 후, 폴 로저 샴페인은 그를 기리기 위해 모든 병에 검은 테두리 라벨을 부착했고, 1975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샴페인인 “Cuvée Sir Winston Churchill”을 출시합니다. 이 제품은 지금도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클래식한 우아함과 깊이 있는 풍미의 대명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나폴레옹의 모엣&샹동, 지금도 연말연시 모임자리나 축하 자리에는 어김없이 이 고급 샴페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제퍼슨의 샤토 라피트 역시, 샤또 라피트 로칠드로 세계 5대 그랑 크뤼 와인으로 위험을 지키고 있을뿐더러 제퍼슨의 와인 사랑은 지금 와인시장의 큰 획을 긋고 있는 캘리 포니아 와인의 명성의 초석이 되었음이 분명합니다. 처칠의 폴 로저도 '질 중심'의 철학으로 6대째 가족이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시장뿐 아니라 국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샴페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세 명의 위인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와인을 마셨고, 그 와인은 그들의 삶과 철학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단순한 취향을 넘어, 와인은 그들의 결단, 감정, 정체성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었죠. 오늘날 우리는 이들이 선택한 한 잔의 와인을 통해 , 와인이 인생의 순간에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을 수 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결국, 그들이 남긴 와인 이야기는 곧 우리가 와인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해 주고 또한 감성에도 영감을 주는 내용이 아닐까요?